서론
사망 후 남겨진 구글 계정, 암호화폐 지갑, 카카오톡 대화 내용까지도 모두 '디지털 유산'이 되는 시대다. 하지만 이러한 자산은 기존 상속 절차와는 다른 복잡한 절차를 요구한다. 한국에서 디지털 유산을 상속받기 위한 절차와 해외 플랫폼 사례를 구조화해 상세히 안내한다.
목차
- 1. 디지털 유산이란 무엇인가요?
- 2. 한국에서 디지털 유산 상속의 법적 근거
- 3. 디지털 유산 상속 절차 (2025년 기준)
- 4. 해외 플랫폼별 상속 사례 및 정책
- 5. 상속 시 주의사항 및 사전 준비
- 6. 마무리하며
1. 디지털 유산이란 무엇인가요?
디지털 유산이란 사용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인터넷 및 디지털 공간에 남는 모든 자산과 흔적을 의미한다. 단순한 이메일 계정부터 블로그 콘텐츠,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유튜브 수익 계정, NFT, 암호화폐, 그리고 디지털 게임 아이템까지 모두 이에 포함된다. 이러한 자산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경제적 가치가 있거나 사적인 정보가 포함돼 있어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사용자가 카카오톡에 수년간 가족과 나눈 대화, 사진, 문서를 저장하고 있었다면 이 데이터는 단순한 추억을 넘어 법적·심리적 자산으로 볼 수 있다.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된 논문, 사업자료, 미공개 콘텐츠 또한 사망 이후에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문제는 이런 자산들이 대부분 ‘개인 계정 + 비밀번호’로만 접근 가능하다는 점이다.
2. 한국에서 디지털 유산 상속의 법적 근거
현행 대한민국 민법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민법 제1005조는 사망한 사람의 재산은 원칙적으로 포괄 상속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디지털 유산도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디지털 자산은 일반적인 부동산, 예금처럼 물리적으로 존재하거나 기관이 관리하는 자산이 아니라 ‘플랫폼에 저장된 정보’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각 플랫폼은 자체적인 약관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 또는 계정의 비양도성(non-transferable)을 명시하고 있어, 상속을 거부할 법적 권리를 가진다.
국회는 디지털 유산에 대한 민법 개정안(가칭 ‘디지털 재산 상속법’)을 준비 중이나,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은 법적 공백 상태이며, 사례 중심 + 플랫폼 정책 준수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3. 디지털 유산 상속 절차
3-1. 사망 사실 및 상속인 증명
상속을 시작하려면 사망자의 사망진단서, 상속인의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이 서류는 디지털 플랫폼에 ‘상속인 자격’을 증명하는 용도로 제출된다.
특히 가족관계증명서는 상속순위가 정해지는 기준이 되므로, 사망자의 자녀, 배우자, 형제 순서 등이 확인되어야 한다. 일부 플랫폼에서는 유언장이 함께 제출될 경우 우선순위를 다르게 적용하기도 한다.
3-2. 플랫폼별 상속 요청 및 대응 방식
플랫폼에 따라 상속 요청 방법과 승인 절차는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상속인 요청 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인 절차를 제공하지만, 메신저 앱이나 일부 국내 서비스는 관련 기능이 없다.
- 구글: 사망자의 이름, 이메일, 관계 증명 서류와 함께 공식 폼 제출
- 네이버: 고객센터를 통해 상속 요청 가능하지만, 대부분 계정 폐쇄 조치로 처리
- 카카오: 별도 상속 프로세스는 없으며, 데이터 접근은 매우 제한적
- 유튜브 수익계정: AdSense 연결 여부와 계정 활동 내역이 중요하며, 별도 정산 요청 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망자의 생전 설정(예: 계정 관리자 지정)이나,
유언장에 명시된 계정 처리 요청서를 함께 첨부하는 것이다.
3-3. 법원의 명령이 필요한 상황
디지털 플랫폼 대부분은 개인정보 보호법 또는 약관을 이유로 단순 서류만으로 계정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법원의 ‘계정 접근 명령서’ 또는 ‘자산 이전 허가 명령’이다.
실제로
2023년 서울가정법원에서는 한 유족이 구글 계정에 저장된 가족사진과 문서에 접근하고자 계정 접근 허가 신청을 해, 법원으로부터 ‘유족의 정당한 청구’로 인정받아 승인을 받은 사례가 있다.
다만, 이 절차는 비용(약 수십만 원)과 시간(2~3개월)이 소요될 수 있으며, 전문 변호사의 자문이 권장된다.
3-4. 상속 후 자산 이전과 정산
계정 접근이 허용된 이후에는 해당 계정 내 자산(예: 가상화폐, 수익금 등)을 상속인 명의로 이전해야 한다. 암호화폐 지갑의 경우, 상속인이 새로운 지갑 주소를 생성하고 기존 지갑의 자산을 전송받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예를 들어 업비트에서는 사망자의 원화 및 코인 잔액을 유족 계좌로 인출하는 절차를 운영하며, 절차는 서류 제출 후 약 4주 이상 소요된다. 유튜브 수익은 AdSense를 통해 익월 말일 또는 차차월 중순에 정산되며, 사망 전 수익이 남아있다면 상속인 명의로 신규 AdSense 계정을 열어 수령 가능하다.
4. 해외 플랫폼별 상속 사례 및 정책
4-1. 구글 (Google)
구글은 ‘Inactive Account Manager'라는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사망 또는 장기간 미접속 상태일 때 계정 처리 방식과 데이터를 전달받을 사람을 생전에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족이 요청할 경우, 사진, 문서, 이메일 등 일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으며, 완전한 계정 통제권은 부여되지 않는다.
구글 공식 사망자 계정 지원 페이지 바로가기(클릭)
4-2. 애플 (Apple)
애플은 iOS 15 이후부터 ‘디지털 유산 연락처(Legacy Contact)’를 설정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는 생전에 본인의 애플 ID 설정에서 유산 연락처를 등록해야 하며, 등록된 사람은 사망증명서와 보안 키를 이용해 일정 범위의 데이터(사진, 메모, 문서 등)에 접근할 수 있다.
단, 이 기능은 반드시 사전에 등록해야 하며, 사후 등록은 불가능하다.
애플 디지털 유산 연락처 안내 페이지 바로가기(클릭)
4-3. 메타 (Meta)
페이스북은 사망자의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해 가족이 운영하지 않고도 보존할 수 있도록 한다.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추모 계정 관리자에게 일부 게시물 백업 권한을 부여할 수 있지만, 메신저 대화나 비공개 콘텐츠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인스타그램은 별도 추모 기능이 없지만, 사망자임을 증명하면 계정을 폐쇄 처리할 수 있다.
4-4. 암호화폐 거래소 및 지갑 서비스
암호화폐의 경우 개인 키(private key)가 없으면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 따라서 지갑 키를 상속인이 보관하지 않는 한, 사망과 동시에 자산이 영구 잠김 상태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사용자는 생전에 ‘멀티시그(Multisig)’ 지갑을 설정해 공동 소유권을 만들어 두거나, 지갑 정보를 유언장에 포함시켜 상속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5. 상속 시 주의사항 및 사전 준비
디지털 유산을 상속하려면 단순히 사망진단서만 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변수와 법적 제약이 존재하므로, 반드시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아래는 상속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와, 이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인 준비 방안이다.
1) 계정 정보 소실 문제
디지털 자산은 대부분 로그인 정보가 있어야 접근이 가능하다. 문제는 사망자의 이메일 주소, 2단계 인증 장치(2FA), 백업코드 등을 가족이 모를 경우,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해진다. 특히 암호화폐 지갑의 경우 **개인 키(Private Key)**를 잃어버리면 수천만 원 상당의 자산이 영구히 잠긴다.
✅ 준비법: 생전 계정 목록, 이메일 주소, 비밀번호 힌트, 2FA 사용 여부 등을 엑셀이나 메모앱 등으로 정리 후, 가족 또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USB 등 오프라인 저장장치에 보관한다.
2) 가족 간 법적 분쟁
디지털 유산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속 과정에서 가족 간 분쟁이 쉽게 발생한다. 형제 중 한 명이 먼저 자산을 인출하거나 계정 삭제를 요청할 경우, 나머지 상속인들이 법적 대응을 고려하는 사례도 있다.
✅ 준비법: 생전에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 명시, 유언장 작성, 공증 또는 영상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된다.
3) 세금 문제 발생
가상화폐나 디지털 콘텐츠 수익은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 1억 원 이상 보유자의 경우 상속인에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 준비법: 세무사와 상담해 디지털 자산의 평가 방법과 세무신고 방식을 사전에 이해하고, 자산 분산, 기부 설정, 소액 현금화 전략 등을 고려한다.
4) 플랫폼 약관의 법적 우선순위
애플, 구글,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은 자체 약관에 따라 상속 절차를 제한할 수 있으며, 유언장보다도 약관이 우선될 수 있다. 실제로 유족이 사망자의 아이클라우드 데이터를 요청했지만, 생전에 Legacy Contact를 지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접근이 불가능했던 사례도 있다.
✅ 준비법: 각 플랫폼의 상속 관련 정책을 사전에 숙지하고, 가능한 한 생전 설정 기능(예: Google 계정 비활성 관리자, 애플 유산 연락처) 등을 활용해둬야 한다.
6. 마무리하며
우리는 이제 부동산이나 예금처럼 디지털 공간 속 자산도 '유산'으로서의 지위를 가진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법과 제도가 완벽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유족들은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계정조차 열어보지 못한 채 자산을 잃어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디지털 유산은 그 자체로 금전적 가치가 있을 수도 있지만, 고인의 기록, 추억, 삶의 흔적이 담긴 소중한 정보이기도 하다. 특히 암호화폐, 유튜브 수익 계정, 블로그, 인스타그램, 가족 사진이 담긴 구글 포토 등은 단순한 ‘데이터’를 넘어서 고인의 정체성과 기억을 담고 있다.
2025년 현재, 아직 명확한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보와 준비만 갖춘다면 디지털 유산의 상속은 충분히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준비하는 것이다.
유언장에 디지털 자산을 명시하고, 계정 정보를 정리하며, 가족과 소통하는 작은 실천이
미래의 상속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장치가 된다.
디지털 유산, 더 이상 나중의 일이 아니다.
지금 바로 나의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 고민해보자.